끝을 보는 용기

Spring 사전캠프 Day 006 - 책 『오늘부터 IT를 시작합니다』 읽기 20%

writingforever162 2024. 10. 12. 22:21

"독서는 쉼 없는 생각의 확장을 잠시 멈추는 행위이다."

"마음이 심란하고 스트레스를 받을 때는 책을 읽어라."

지금까지 보고 들은 수많은 문장이 귓가며 머릿속을 스쳐 지나갔는데, 이 두 문장만은 물안개 물리치는 등대같이 늘 마음속에서 우직하게 서서 빛난다. 출퇴근길이든 나들잇길이든 집에서 나갈 때면 왜 굳이 종이책을 챙기는지, 깨끗한 코드처럼 아주 간결하고도 명쾌하게 설명해 주는 이 두 마디가 여전히 가장 마음에 든다. 퇴사 후 늪보다 깊은 잡생각에서 빠져나오지 못하고 거친 너울에 치이는 종이배가 되어 이리저리 흔들렸는데, 내일배움캠프에 참여하니 그토록 좋아한 책에 다시 손길이 갔다.


어제는 인후염, 오늘은 코감기가 지독히도 괴롭혀댄 탓에 목표로 한 분량에는 못 미치지만, 책 『오늘부터 IT를 시작합니다』의 첫 번째 장을 모두 읽었다. 책장을 펼치면 그 순간 '이번 역은 OO역입니다'라는 안내 방송도, 주변에서 들려오는 갖가지 대화도 백색소음이 된다. 책을 덮으면 낙엽 못지않게 바스락바스락한 종이 속 세상에 여행을 갔다 온 기분이 새록새록 피어난다. 다음에 뒷장을 보면 이번엔 또 어떤 여행이 펼쳐질까, 설렘이 그 뒤를 따른다.

 

『오늘부터 IT를 시작합니다』의 두 번째 장에서는 '프런트엔드와 백엔드 이야기'가 이어진다. 제목 아래에 쓰인 문장, '비유와 이야기로 풀어낸 비전공자를 위한 필수 IT 교양서'라는 말은 전날 아침에 도서관으로 후다닥 달려가서 직접 두 눈으로 읽을 가치가 충분했다. 예전에 이미 다른 사람이 먼저 빌려서 읽을 기회를 놓친 터라 또 그러기는 싫었다. IT라는 단어 자체가 부드럽기보다는 뾰족하게 모나서 얼마나 내용이 쉬울지 기대가 크지 않았는데,

 

목차에 '붕어빵', '팥앙금', '맛있는 요리를 만드는 쿼리'가 있었다.

 

세상에.

 

이보다 맛깔나는 IT 책이 또 어디 있을까?

 

남은 강의며 복습할 거리가 천지였으나 시식용 먹을거리만큼이나 맛나 보이는 목차로 이 책이 독자를 유혹하더니 끝까지 읽을 용기까지 북돋워 주었다.

 

이 책을 책장에 꽂아둔 채 존재를 잊어버릴 이유는 없었다.

 

[습관 관련]

처음에는 주말도 평일과 똑같이 계획을 짜서 보내려고 했으나 금방 깔끔하게 접었다. 학생들에게도 시험공부 계획표를 쓸 때 주말은 꼭 비우라고 그렇게 잔소리했는데, 하마터면 나조차 못하는 일을 남한테 시킬 뻔했다. 

 

오늘만 해도 언제 다시 만날 수 있을지 모르는 친구와 시간을 보내는 만큼, 언제 집에 올지 몰랐다. 아침에 강의를 들을지 잠시 고민하기도 했지만, 개발 관련 책 읽기라는 대안을 마련했기에 계획 세우는 데에 집착하지 않기로 했다. 일주일 내내 빽빽하게 무언가로 채우려는 조급함을 버리는 습관을, 주말이라는 이틀 동안에만이라도 계획 대신 마음 가는대로 하는 습관을 학습 태도와 함께 다져야겠다.

 

[인용 및 참고 출처]

1. 단행본: "알아두면 좋은 IT 용어: HTTPS", 고코더, 『오늘부터 IT를 시작합니다』, 한빛미디어, 2022, 46쪽, (2024.10.12)

2. 구글 검색: velog, "유료 강의 출처 표기법", TIL 작성 시 출처 표기, (2024.10.25)

 

[학습 관련]

1. 『오늘부터 IT를 시작합니다』 8쪽: 글쓰기의 통찰력은 꼭 책상 위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속한 현장에서 나올 수도 있다.

▶ 교육 현장에서 나온 글쓰기의 통찰력과 IT 현장에서 얻을 글쓰기의 통찰력은 어떤 면에서 다를까? 완전히 새로이 도전하는 분야에서 얻은 감정, 경험, 지식이 어떻게 글쓰기 소재이자 통찰력의 원천이 되어줄지, 앞으로 펼쳐질 일정이 기대된다. 

 

2. 『오늘부터 IT를 시작합니다』 10쪽: 어렵다고 해서 재미없을 필요는 없습니다.

▶ 동의한다. 수능 수학 문제 4점짜리를 풀 때 어렵다고 느끼지만 맞췄을 때 뿌듯함을 느끼듯이, 어려움과 재미는 서로 사방치기를 하지 않는다. 각자 자기 땅에서 딱지를 칠 뿐이다. 술술 풀리는 느낌도 좋으나 어려운 걸 해냈을 때 맞이하는 보람도 만만찮게 크다.

 

3. 『오늘부터 IT를 시작합니다』 60쪽: 유용하게 사용하는 검색 결과는 지구의 자원을 소비하는 값을 치르고 얻은 보상입니다.

▶ 아침에 카페에 갈 때면 뚜껑과 손잡이 있는 스테인리스 텀블러를 꼭 챙긴다. 지금 쓰는 핸드폰은 배터리만 한 번 바꿨을 뿐 5년 넘게 사용 중이다. '작동 잘 되면 그만이지'라는 생각으로 바꿀 생각을 안 했는데, 앞으로도 고장 나지 않는 한 핸드폰을 바꾸지 않으련다. 인터넷을 아예 중단할 순 없는 노릇인 만큼, 저자의 말대로 다른 곳에서 탄소를 줄이도록 더욱 노력해야겠다.

 

4. HTTPS: Hypertext Transfer Protocol over Secure Sockets Layer. HTTP 프로토콜의 보안 버전, 즉 HTTP와 거의 동일하나 여기에 보안이 추가된 버전. HTTPS를 사용하면 서버와 클라이언트 사이에 오간 통신 내용이 전부 암호화된다.

 

[기타 사항]

오늘 핸드폰에 18,635걸음이 찍혔다. 어제와 정반대로 머리가 쉬고 몸이 움직이느라 바빴다. 일부러 편한 신발을 신었는데도 발바닥이 화끈거린다. 글쓰기를 좋아하는 사람에게 초안은 곧 불쏘시개와 같다. 내일배움캠프에 참여하면서 TIL을 처음 접하고 정신없이 적었는데, 집에 아궁이가 없어서 얼마나 다행인지 모른다. 몇 시간 뒤 어둠을 걷어내고 얼굴을 빼꼼 내밀 일요일 아침이 지금, 유독 그립다.